암호화폐 시장의 각 단계
패러다임을 가져오는 모든 신기술은 각 단계를 거쳐 성장한다.
도입기 - 성장기 - 성숙기 - 쇠퇴기
심리학자 토니 로빈스에 따르면, ‘사람들은 앞으로 1년 안에 이뤄낼 수 있는 일들을 과대평가하고, 20년 안에 이뤄낼 수 있는 일들을 과소평가한다’ 말한다. 암호화폐 발전도 이와 같을 것이다. 암호화폐가 나오기 시작한지 몇년 안된 지금은 여러가지 기술적,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지만,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발전하게 되면 지금과는 상상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현재의 금융 생태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패러다임 시프트’ 기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암호화폐 도입기
현재(2018년 11월) 우리는 암호화폐에 도입기에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시장에 약 2,000개의 암호화폐가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암호화폐의 춘추전국시대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나올 암호화폐의 종류를 크게 3가지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
- 비트코인과 같은 본질적으로 화폐의 디지털화를 꿈꾸는 암호화폐
- 주식회사 형태의 기업들에서 출시하는 코인 또는 토큰의 암호화폐
- 정부기관들에서 발행하는 암호화폐
1. 비트코인과 같은 본질적으로 화폐의 디지털화를 꿈꾸는 암호화폐
이런 암호화폐들은 비영리재단으로 운영되고, 화폐를 만드는 주체의 이익에 국한되지 않도록 설계될 것이다. 또한, 오픈소스로 프로젝트를 공개하기 때문에, 누구나 참여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공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더리움은 이더리움 재단(Ethereum Foundation)에서 비영리로써 운영되고, 모두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이다. 이러한 암호화폐들은 자유주의 사상을 밑바탕에 깔고 탈중앙화 분산관리를 지향하고 있다. 특정한 상황이나 정해진 업계에서만 사용하는 코인이 아니라 현재의 종이화폐 역할을 할 수 있는 범용 암호화폐다. 즉, 이것은 사토시 나카모토의 의도에 가장 가까운 것이다.
2. 주식회사 형태의 기업들에서 출시하는 코인 또는 토큰의 암호화폐
기업은 ICO 형태로 암호화폐를 발행할 것이다.
기업이 이런 방식으로 암호화폐를 발행하게 되면 2가지 이득이 있다.
- 쉽게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
- 토큰의 수요가 많아지면, 해당 토큰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자산가치 또한 상승한다.
예를 들어, 어떤 대기업에서 자체 토큰을 발행한다면, 그 기업의 이미지로 인해 시작부터 엄청난 수요를 갖고 만들어질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 토큰을 많이 구매하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그 대기업은 많은 자금을 쉽게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 ICO를 통해 자금을 ICO를 통해 자금을 유치하는 이유는, 그 자체의 시뇨리지 효과와 더불어 화폐의 가치상승을 노리기 때문이다. 시뇨리지란, 화폐를 발행함으로써 얻는 이익으로, 화폐의 액면가에서 제조비용을 뺀 금액을 말한다.
또한, 화폐 발행 이후, 토큰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게 되면, 해당 토큰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자산 가치가 올라가게 된다.
이런 기업들은 기업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지, 화폐의 디지털화나 자유주의 사상에는 큰 관심이 없다.
3. 정부기관에서 발행하는 암호화폐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암호화폐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국가 주도로 암호화폐 발행은 이미 시작되었고, 그 발행 동기와 화폐의 형태 역시 다양하다.
암호화폐 발행을 적극적으로 하는 국가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 초인플레이션으로 경제난을 경험한 남미국가들
- 달러에 적대적인 반미국가들
앞으로 국가 단위의 암호화폐와 경제권역별 암호화폐들이 가세할 예정이다. 이로써, 각 경제블록은 현재 글로벌 패권을 쥐고 있는 달러로 무역을 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화폐를 활용해 무역하려 할 것이다.
현재 암호화폐 발행을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들을 살펴보자.
1. 에콰도르
2015년 에콰도르는 세계 최초의 암호화폐 발행을 시도한 국가가 되었다. 미국 달러를 공식화폐로 사용하던 에콰도르는 달러와 동일한 가치를 갖는 국가 암호화폐 ‘전자화폐 시스템’의 발행 계획을 공표했다. 발행 주체가 에콰도르 중앙은행이다. 비록 달러와 동일한 가치를 두기에 독자적인 화폐 개념은 아니지만, 이로써 에콰도르는 화폐 발행권을 갖게 되었다.
2. 베네수엘라
진정으로 독자적인 가치를 갖는 암호화폐의 첫 국가 발행은 베네수엘라다. 석유 기반 가상화폐 ‘페트로’를 발행한 베네수엘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우려와 달리 사전판매 첫날인 2018년 2월 20일 7억 3500만 달러의 페트로 판매에 성공했다.
페트로의 총 발행량은 1억 토큰으로, 약 60억 달러어치다. 1페트로의 판매단가는 베네수엘라산 원유 1배럴 가격을 기준으로 한 60달러다. 이후 화폐 가치는 유가시장 변동에 따라 변한다.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은 페트로를 통해 베네수엘라의 독립성과 경제 주권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주로 관광, 휘발유 판매와 석유 거래가 주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페트로를 통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경제와 과잉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를 바라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경제제재 속에서 심화한 경제난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3. 이란
대표적 반미국가로써, 정부 주도의 암호화폐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 이란의 중앙은행인 포스트뱅크가 클라우드 기반 암호화폐를 개발하고 있다.
4. 터키
‘투르크코인’ 또는 ‘국가 비트코인’ 이라는 정부 차원의 암호화폐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5. 러시아
석유 기반 가상화폐 ‘크립토루블’ 발행을 결정했다.
러시아 또한 반미국가로써, 암호화폐 개발에 뛰어든 것은 서방의 제재망을 뚫을 금융통로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2014년 이후 러시아 기업들은 서방 금융기관을 통한 거래가 사실상 차단됐다. 해외에 진출한 러시아 기업들이 활동하기 위해서는 자금을 주고받을 수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래저래 달러에 대한 도전이 거세지고 있다.
이어 튀니지, 세네갈 등이 같은 결정을 내렸고, 스웨덴, 중국, 영국, 네덜란드, 캐나다, 싱가포르 중앙은행은 물론 연준까지 암호화폐 발행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규제
도입기는 무엇보다 정부의 규제가 가장 심할 시기다.
암호화폐가 출현하게 되면서, 국가에 위협이 되는 것은 크게 2가지다.
- 화폐 발행량과 유통량
- 세금
1. 화폐 발행량과 유통량
정부가 갖는 권력 중 하나가 화폐 발행권인데, 이를 통해 국가의 경제를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암호화폐처럼 정부의 손 밖에 있는 주체가 화폐를 발행한다면 정부는 독점 권한을 잃는다. 국가가 발행하지 않은 화폐가 시장에 추가로 유통되는 것이기에 화폐 유통량이 제어가 안 되고, 더 크게는 국가경제의 조절도 불가능하다.
2. 세금
정부가 갖는 또 다른 권력 중 하나는 세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주식회사의 채무는 주주들에게 전가되지 않지만, 세금만은 전가되어 국가에서 끝까지 추적해 받아내도록 되어 있다.
암호화폐는 세금을 매기기가 힘들다. 그래서 각국 정부들은 유일한 과세지점이 될 수 있는 거래소를 통해 거래정보를 파악하려 한다. 하지만, 이는 곧 거래소의 익명성 제한을 뜻하므로, 사용자들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해외거래소나 유저들 각 P2P 방식으로 직접 거래하려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서 대시, 모네로, 라이크코인 등 비트코인보다 익명성을 훨씬 강화한 암호화폐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정부의 규제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이러한 익명성이 강화된 암호화폐도 늘어날 것이다.
화폐의 통제권과 세금 징수권을 위해 정부들은 두 가지 방향에서 규제를 하려 한다.
- 첫째는, 민간 암호화폐의 규제이다.
- 둘째는, 국가주도 암호화폐의 발행이다.
정부의 이 두 가지 제재는 이미 시작되었다.
정부의 규제가 필요한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터키의 경제하가 제이훈 엘긴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경제의 20% 이상이 지하경제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이들이 암호화폐를 이용하면 할수록 지하경제 자금의 추적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므로 암호화폐와 지하경제의 밀약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아르헨티나 G20을 통해 알게된 암호화폐에 대한 인식
2018년 3월 19~20일 아르헨티나에서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열렸다.
주된 메시지는 ‘암호화폐를 금지하지는 않겠으나, 규제는 하겠다.’
앞으로 각국의 암호화폐에 대한 대응을 어림할 수 있다는 면에서 다음과 같은 논의내용이 참고가 될 것이다.
논의 내용
-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국가가 채택해야 한다.
- 경제 시스템의 변방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경제 시스템 안으로 끼워 넣을 힘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 암호화폐가 복지 시스템을 강화하는데 정부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 세계는 전통적 경제의 종말을 인지해야 한다.
- 기존의 전통적 경제가 변화되는 과정을 겪고 있으며, 이제 그 경제로부터 디지털 시대를 분리시킬 수 없다는 것에 동의했다.
- 규제는 불가피하다.
- 규제는 불가피한 과정이며, 경제가 디지털화되더라도 국민들은 실제이고 한 나라에 살고 있듯이, 다른 모든 비즈니스에 대한 규제가 불가피한 것처럼 암호화폐도 규제되어야 한다.
- 금지가 아닌 규제
- G20 참가국들은 만장일치로 암호화폐가 중요하며 경제와 사회 조직에 큰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에 동의했다.
- 따라서, 암호화폐는 금지되어서는 안 되며 규제적 절차를 통해 우리 사회에 도입돼야 한다.
- 규제는 기술혁신을 막아서는 안되며, 암호화폐에 대한 과세는 불가피하다.
- 암호화폐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기술혁신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암호화폐에 대한 과세가 각국에서 다양한 절차에 맞춰 이뤄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 회원국들은 암호화폐에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전반적으로 이런 규제에 대한 합의보다 암호화폐에 대한 긍정적인 논의들이 더 많았다.
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국가기관이 힘이 없고 국가통화가 불안정한 나라에서는 암호화폐가 기존 통화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녀는, 달러 같은 다른 국가의 통화를 채택하기보다는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국가들이 늘어날 수도 있다. 기존 화폐보다 쉽고 안전하다는 생각이 많이 퍼질 경우, 암호화폐의 잠재적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 암호화폐 시장이 향후 안정된다면, 이러한 시나리오는 더욱 빨리 진행될 수 있다. 라고 했다.
이에 따라, G20에서는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해 제도권안으로 편입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향후 G20은 암호화폐가 테러자금에 악용되는 걸 막기 위해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분류해 제도권 내에서 다룰 것으로 보인다. 자산으로 규정하면 각국은 그에 맞게 규정을 제정하고 표준화할 수 있다.
이런 시각은 금융계도 마찬가지다. 골드만삭스는 비트코인이 화폐 성격을 갖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사기도 아니라며 미래에 더 큰 가치를 가져올 수 있는 상품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미국 뉴욕증권거래서 모기업인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는 비트코인 거래 플랫폼을 개발중이다.(2018년 11월 예정) 해당 플랫폼이 개발되면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거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암호화폐 시장의 도입기에 대한 내용 요약
모든 신기술과 마찬가지로, 암호화폐 시장도 도입기는 암호화폐와 시장에 대한 잠재역으로 많은 개인, 기업들이 들어오는 상황이다. 개인은 호기심으로, 기업은 새로운 사업기회로 도전을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현재 암호화폐 시장은 춘추전국의 시대로 다양한 형태와 목적의 암호화폐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을 규제할 국가와 정부가 개입하고, 세계적으로 모든 국가 및 단체들도 이런 암호화폐에 대해서 어떻게 대비를 해야할지 다양한 의견과 법을 만들어 가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
이런 상황일 때는, 무조건 시장에 뛰어들기 보다는 암호화폐의 본질에 대해 이해하고, 암호화폐가 앞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해보고, 큰 비전과 목적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부한 뒤에, 암호화폐 시장에 참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참고: 화폐혁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