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새로운 패러다임, 암호화폐(성장기)

암호화폐 성장기


2018년 2월 기준으로 거래소에 상장된 암호화폐가 약 1500개가 넘고, 모든 암호화폐의 시가총액은 400조원을 웃돌고 있다. 암호화폐가 너무나도 많다. 그러나, 이 수많은 암호화폐 중 결국 극소수만이 살아남아 세상에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20년전 인터넷 붐이 일어나던 시절에 수많은 닷컴 기업들이 출현했지만, 결국 극소만만 살아남아 세계를 지배하고 있듯이, 암호화폐 시장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암호화폐 통합과 독과점


암호화폐 시장의 이러한 치열한 경쟁이 가져올 결과는 어떤 모습일까?
–> 분화된 시장의 통합과 독과점으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전 골드만삭스 대표이자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게리 콘(Gary Cohn)은 암호화폐의 미래에 대해 ‘언젠가 전 세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 단일 암호화폐가 등장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했다. 채굴비용이나 전기세와 무관한 글로벌 암호화폐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비트코인과 같이 지나치게 많은 자원을 소모하는 암호화폐 대신 좀 더 효율적이고 대중적인 암호화폐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검색엔지 시장에서는 구글이, 소셜미디어 시장에서는 페이스북이 최고가 되었다. 그럼,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어떤 기업이 최고가 될 것인가? 인터넷의 본질적인 힘이 확장성인 만큼 잘되는 서비스는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확장되면서 독과점의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지금껏 IT업계에서는 1세대의 실수를 보완한 2세대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는 경우가 많았듯, 암호화폐 역시 1세대의 문제점을 보완한 2세대가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비트코인의 후속주자로 나오고 있는 새로운 암호화폐들을 보면 두 종류다.

  • 라이트코인처럼, 비트코인을 보완하러 나온 보완재
  • 비트코인과 공생하기 위한 게 아니라 기존 암호화폐의 기술적 한계점을 해결한 업그레이드된 대체재

다양한 대안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궁극적인 선택은 암호화폐의 사용자들이 내릴 것이다. 현재 암호화폐 사용자들은 기술력과 활용 가능성이 아닌 가치 상승 가능성을 기준으로 코인을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화폐 자체의 활용성과 확장성을 기준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화폐의 존재 목적은 투자용 상품이 아니라 교환매체와 가치저장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독과점의 이득과 위험


한두 개 화폐가 독과점을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를 가질까? 이는 우선 ‘대중화’를 뜻한다.
수많은 암호화폐 가운데 시장이 어느 한 가지 화폐를 선택하게 되면, 그것은 암호화폐를 진정으로 대중화시킬 것이다.


암호화폐 독과점의 이득


1. 해당 암호화폐는 그것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을 정도로 널리 활용될 것이다.

편의점에서 아침을 사 먹고, 택시를 타고 출근하고, 서점에 책 사고하는 이 모든 것을 그 암호화폐 하나로 가능해질 것이다. 원하면, 월급도 해당 화폐로 받을 수 있다.

또한, 해당 화폐를 더욱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암호화폐 전문은행들이 생길 것이다. 세계 어디를 가든 이 화폐 하나만 있으면 환전할 필요가 없으며, 지금 종이화폐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암호화폐가 대체하게 될 것이다.


2. 이 화폐가 장기적으로 시장을 독점할 것이라는 신뢰가 생기면 화폐 가치가 치솟을 것이다.

현재 가장 유명한 암호화폐는 비트코인이지만, 비트코인은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1초에 네 건의 거래만 처리할 수 있고, 또 갈수록 비싸지는 채굴비용으로 인해 장기적 활용 가능성에 대해 의문점이 많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200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면 현재의 기술적인 제한을 해결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는 암호화폐가 나오면 어떻게 될까? 그 암호화폐는 진정한 장기적 신뢰를 받아 지금의 100배 이상인 1경, 10경의 시가총액을 갖게 될 것이다.


암호화폐 독과점의 위험


모든 업계가 다 그렇다. 성공기업 하나에 실패기업 열 개가 따르는 법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주식시장 등의 기존 투자 분야들에 비해 암호화폐는 특히 일반 투자자들에게 유독 큰 손실을 안긴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는 기업들이 비교적 초기단계에 실패하여 정리된다. 대중이 투자하기전, 상장하기전에 정리가 된다. 그러나, 암호화폐의 경우는 다르다. 시장의 검증이 전혀 없었던 수많은 창업기업이 대중으로부터 투자를 바로 받기 시작한다. 즉, 크게 봤을 때 암호화폐 시장은 주식시장보다 훨씬 위험한 투자처다.


시장을 주도하는 암호화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1세대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포함한 현 암호화폐들이 지닌 기술적 한계점을 해결해야 한다.

1. 가장 대표적인 기술적 문제는 1초에 감당 가능한 거래수다.

  • 현재 비트코인의 3~7건이 아니라 Visa에서 감당 가능한 2000건을 능가해야 한다.
  • 더 나아가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일상의 모든 거래를 암호화폐로 진행하더라도 감당할 수 있을 수준이 되어야 한다.
  • 또한, 보안, 운영 소요비용과 에너지 등의 이슈들을 해결해야 한다.

2. 세금 문제가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 암호화폐로 사업하는 기업이 결제를 위해 암호화폐를 주고받거나, 개인이 암호화폐를 증여받을 때, 어떤 통제도 안 되는 구조를 정부가 허용할 수 없다.
  • 정부의 암호화폐 규제가 완화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세금이 현재보다 더욱 투명하게 걷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암호화폐의 익명성이 정부에게만 예외가 되는 방식이 필요할 수 있다.

3. 특정 이익추구 단체에서 중앙집권하지 않는 탈중앙 분산관리 오픈소스여야 한다.

  • 근본적으로 이익추구 단체에서 화폐를 운영하는 것은 정부의 중앙집권 화폐와 다를 바 없다. 오히려 정부의 지지가 없기에 훨씬 변동성이 크며 집권단체의 이익에 편향된다.
  • 사카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을 만든 주목적은 탈중앙 화폐의 실현이며, 이를 중앙집권 없이 운영하기 위한 수단이 블록체인 기술이다.
  • 따라서, 암호화폐의 본질은 블록체인 기술의 사용이 아니라 탈중앙 화폐에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4. 현존하는 암호화폐들과 반대되는 성격의 것이다.

  • 미래의 선두 암호화폐는 적정한 수준의 인플레이션 기반 화폐가 될 가능성이 있다.

    • 비트코인은 총 화폐 발행량 2100만 BTC로 고정되어 있고, 미발행 화폐의 발행 속도는 갈수록 줄어드는 통화 수축형 디플레이션 기반 화폐다.
    • 하지만 디플레이션에서는 시장이 성장해가도 화폐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화폐의 가치가 계속 올라간다.
    • 화폐의 구매력이 현재보다 미래에 올라갈 것이라 예상되면 사람들은 그 화폐를 사용하지 않고 소지하려 한다. 이는 소비를 늦추고, 화폐 유통량을 줄여 경기침체로 이어진다.
    • 현재 비트코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암호화폐가 디플레이션 기반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관하는 자산으로는 좋은 투자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일상의 소비를 위한 화폐로는 근본적으로 부적절하다.
  • 암호화폐가 꼭 지금과 같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 암호화폐도 기존 화폐들처럼 화폐 발행량을 제한시키지 않고, 매해 세계 GDP 성장 수준에 맞추어 늘려가는 것을 상상해볼 수 있다.
    • 암호화폐도 이런 기준으로 화폐 발행정책을 설정한다면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이 없는 통화로 운영될 수 있다.
    • 어쩌면 밀턴 프리드먼이 주장하던 k% 준칙이 드디어 알고리즘화되어 실현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정부의 전략 전환, 규제 아닌 상생


각국 정부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암호화폐 사용 비중이 올라감에 따라 정부는 규제보다는 상생으로 전략을 전환할 것이다. 초기 인터넷으로 음악 영화 공유하는 것을 규제에서 합벅적으로 소비할 수 있게 구조화 시킨것과 같다.

정부와 암호화폐와의 공식협력이 이뤄지면 민간 암호화폐가 정부 차원에서 인정받는 결제수단이 되고, 더 나아가 법정화폐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암호화폐의 단점


사회에 인플레이션이 심화될수록, 암호화폐는 주목을 받게 되지만, 성장기에서는 반대로 암호화폐의 본질적인 단점이 주목을 받게 된다. 바로 중앙집권 없이는 경제적 재난상황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공황이 들이닥쳐 암호화폐의 유통량이 급감하면 화폐로서 시장의 신뢰를 순식간에 잃게 된다. 이러한 사건을 계기로 중앙은행의 화폐 발행과 유통량 조절의 순기능이 재조명받게 될 것이다.

밀턴 프리드먼과 케인즈는 경제에서 심각한 공황이 있을 시에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했다. 암호화폐도 이러한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 오게 되며, 이때 암호화폐 발행량정책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일어날 것이다.


암호화폐의 가능성


성장기가 암호화폐의 한계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기간이기는 하지만, 크게는 확실한 입지구축과 경제에서 의미 있는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 엄청난 발전의 기간이 될 것이다.
암호화폐의 발전에 따라 주요 암호화폐 간의 시너지 효과가 생겨날 것이다. 가령 정부발행 암호화폐와 민간발행 암호화폐 간의 시너지도 예상된다.

정부발행 암호화폐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사람들이 민간발행 암호화폐로 재산을 옮기고, 민간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이 극심해지면 정부발행 암호화폐로 재산을 옮길 수 있다.

결국 자산관리에 있어서 다양한 선택권이 생기는 것이며, 안 좋은 상황에서도 자신의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헤징이 되는 것이다.